.. 새벽을 마감하며

우연히 발견한 mp3 파일들 사이에서 '정은임의 영화음악' 마지막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녀의 방송을 익숙하게 접하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그녀의 죽음에도 그저 막막해할 뿐.. 떨어져 내리는 아픔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는데....

오늘에야 그 슬픔이 무게를 더하게 된다.

마지막 방송을 마무리하며, 떨려오는 자신의 음성에 감정이 묻어나지 않도록 애쓰던 그녀의 모습이 읽힌다.

초연한 듯 힘주어 내뱉은 단어들 그 사이, 그녀의 얕은 숨결에 무수한 생각의 스침이 다가온다.
...

라디오라는 매체가 선사하던 깊은 어두움과..

그 어두움을 소리의 울림으로 채워주던 음악의 시간은 이제 다시 찾아오기 힘들 듯 하다.





아직 고등학생이던 시절.. 어느 여름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은 모두 잠이 들었고, 나는 세상을 어둡게 한 채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곤 하였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옆집의 어긋난 담과 낮은 지붕의 외곽선이 보였다. 그 사이에서 나는 삼각형의 예리한 각을 이룬 밤의 어두움을 응시하곤 하였다.

2시가 되면 어김없이 제스로툴의 엘레지가 흘러나왔고, DJ는 기형도의 시를 읽어주었다.

그렇게 밤의 적막 사이에 스며든 심야의 라디오는, 예리하게 우리의 기억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기억은 이제 덧씌워지지 못한 채, 과거라는 시간과 함께 묶여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밤은 이미, 삶에 대한 부단한 싸움과, 지쳐버린 정신과, 생존에의 본능으로 채워지지 않았던가?

새벽의 마력은 '아침형 인간'들의 세상에서 힘을 잃는다.


오늘, 그녀가 그립다.


글쓴이: 오*숙님






인시(03~05시)를 사이로
우연함은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그녀로 하여금 잠자리에 들지 못하게 한체 상념에 젖은 걸 내보이길 허락했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제 몫을 하고 계실 그 분의 글로 만남에 경우의 수조차 희박하였으나 글과 조언의 시간은 공감과 평온을 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인의 허락없이 이곳에 글을 올려 오*숙님에게 양해를 구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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