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로

감독과 배우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던 영화.
감독에게선 '번지~' '혈의누'에서 느꼈던 감동과 완성도를 다시금 맛보여 주길 원했고, 김지수와 유지태로부터는 '여자, 정혜' '봄날은 간다'에서 느꼈던 명연기를 재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는 부산국제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사과'를 상영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2% 이상의 부족함을 준 영화다.
욕심이 과했다고 해야할까?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나 볼거리들을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해 보인다.
러닝타임동안 쌓여오는 그런 공허함은 결국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배신감으로 전이되고 말았다.

물론 '가을'이란 계절의 정점에 서서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를 담아내는 화면은 분명 볼거리이고, 관광사들은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 히트를 칠것이다. (영화상에서 가본 곳은 유일하게도 월정사 '전나무숲' 뿐)

기대가 컸기에 아쉬운 점만 늘어놓게 되는듯한데 붕괴사고후 매몰된 여배우들의 얼굴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사고 현장을 바라본 유지태의 얼굴은 현실감이 그대로 묻어나는데 말이다.
예로 '타짜'에서의 김혜수는 작은 씬인데도 과감한 노출로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를 완성시키는데 소홀하지 않았는데... 이런 오점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왕 지사 말이 나온김에 영화 외적으로 실망스러운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어찌하여 참혹한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평당 3,4천만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런 가당치 않은 계획을 버젓이 해낸 담당자들이 야속하기 그지 없을뿐더러 이 나라의 정부는 가진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른이들의 상처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사리사욕만 채우는 무리들이 잘되는 이 나라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김지수의 대사가 떠올려본다.
"이 아름다운 곳에 길이 새로 포장이 되었네요. 이 아스팔트 밑에 깔린 길은 많은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을텐데.. 새로이 깔린 이 길 위로 새로운 추억들로 가득해졌으면 좋겠네요."
이 영화.. 여름휴가를 대신할 11월 여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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