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성


비내리는 월요일 아침 오랜만에 그 횡단보도에 섰다.
빨간불에 걸음을 멈춰 서 있는데, 옆으로 한 유모차를 밀며 노인이 섰다. 그녀는 우산을 두개나 갖고 있었지만 쓰지 않은체 하나는 '조제'를 연상케하는 유모차 안의 어린 아이에게 다른 하나는 유모차를 밀어야 하는 상황에서 불편했던지 펴지 않고 뒤에 놓았다.
거리를 나온지 제법 된 모양인지 백발은 젖어있었고, 유모차를 밀고 있는 두 손은 빨갛게 상기 되어 있었다. 또한 가쁘게 내쉬는 숨은 연신 김을 뿜어져 내고 있었다.

왜 이 궂은 날씨에 청승맞게 비를 맞으며 유모차를 끌고 나와 주책을 부리는지가 아니라...
늙어서도 모성을 발휘하는 모습에 숙연해지며 여자는 어쩔수 없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우산 반을 그녀에게 내주었다.
정류장에 선 토토로가 그러했듯 위를 바라보고 날 보며 괜챦다 그녀가 눈인사를 던졌다.
하지만 우산을 거두지 않고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니 손녀의 감기때문에 내과로 가고 있는 길이란 사정을 알게되었다.

파란불이 켜지고 곱절은 더 살았을 법한 그녀가 내게 존대를 붙이며 떠났다.
다시금 그녀의 머리와 어깨로 빗방울을 맞으면서 말이다.
길을 가다 우산을 살며시 들어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진심으로 어머니라는 존재에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 올 겨울 감기 걸리지 마시고 건강하세요.."

.....


저녁.. 부모님의 38주년 결혼기념이기도 한 오늘..
불켜진 케익뒤로 어머니의 칼에 베인 엄지 손가락이 눈에 들어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술 몇잔에 소녀처럼 발개진 볼을 한 모습에 보며 할수만 있다면 꽃다웠던 젊은 시절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
"엄마, 아빠 오래 오래 사시고요. 언제나 저의 편이 되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