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율마

'율마'는 꽃은 피우지 않지만 허브계열이 그러하듯 손으로 쓰다듬으면 향을 풍겨주는 기분 좋은 식물이다.

지난해 저렴하게 사와 하얀 직사각 분에 두 개를 옮겨 심었는데, 참 빨리도 잘 자라주어 좀 큰 원형분으로 옮겨주었었다. 그렇게 잘 자라던 것이 올 봄이 되면서 마르기 시작했다. 변함없이 계절에 맞춰 물도 일정하게 주었고 환기도 잘 시켜주었다 생각했는데, 말라버리고 말았다. 살려보려했지만 이미 선을 넘은 것인지 말라가는 속도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가지와 분을 분리하기 위해 분재용 가위로 마른 가지들을 자르면서 몇 차례 마른 뾰족한 잎들에 찔리면서 드는 생각이.. '마르지 않았을땐 그 부드럽고 좋은 향을 풍기던 너의 잎들이 이젠 가시가 되었구나'


미안함에 맘이 무거움을 느끼며, 떠나는 '율마'는 내게 관계에 있어 작은 실수가 돌이킬 수 없게끔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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