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릉도] 둘째날

울릉도 여행의 둘째날은
도동항에서 서면의 해안가 도로를 걸었다.

새벽 5시즈음 일어났는데, 섬은 환했다.
짐을 챙기고 숙소를 빠져나와 아침식사로 약초해장국이란 걸 먹었다.
더불어 지금이 제 철이라는 명이김치도 함께...


88도로를 넘어 사동으로 가는 길엔 들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해안가 도로가 가까워질 무렵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을 발견했다. 이 집에 들어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했다. 잡풀이 집주변에 가득했고, 뒷뜰은 삼단으로 구성되어 있어 집과, 작업실, 레저시설을 만들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나무들로 가려져 있어 프라이버시를 방해받지도 않을 듯... 매우 매우 욕심이 생기는 집이었다. 주소도 알아왔는데.. ^^


집집마다 귀여운 문패가 있었고, 분재를 하나이상은 꼭 소유하고 있었으며, 개들도 참 많았다..
그렇게 해안도로에 다다랐다. 해안가 도로를 걷는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었다. 모두들 버스와 택시를 대절해 관광을 즐기는 듯했다.
파도가 자갈을 긁어내리는 소리는 가희 환상적이었다. 순간 '봄날은 간다'에서 파도 소리를 따던 유지태가 된듯.. 잠시 발걸음을 멈춰 바다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가두봉 등대를 지나 수면위로 살짝 뜬 바위로 인해 마치 수면위를 걷는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있어 내려가 친구들과 성게와 소라도 주었다,
그리고 발을 다쳤다. ㅜ_ㅜ


거북바위가 있는 마을에 도착해 모텔에 들어가 응급약을 구할 생각으로 주인어른을 찾았는데, '실례합니다'라는 나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시는 주인 아주머니. 그분은 맞고를 치시던중이었다. 잠시후.. 판을 정리하셨는지 후시딘을 빌려주셨다. 우선 임시방편으로 치료를 했다.
친구들은 상처를 걱정하며 돌아가자 했지만 그냥 돌아가기엔 너무 아쉬었고, 지혈도 어느정도 되었기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투구봉과 사자암 그리고 비파산등을 보기 위해 해안가 도로에 위치한 터널을 지나왔다.
터널 입구엔 신호등이 있었는데, 이유는 일방통행이었기 때문이다. 꽤나 신선했다.. 므흣~
그렇게 해안도로를 걸으면서 긴팔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섬의 가장자리를 속속들이 볼 수 있었고, 만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우리가 알지 못한 옛날엔 이곳에 파충류가 살진 않았을까? 그들의 모습을 닮은 절벽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끔한다..
[사자암]푸른 하늘과 바다를 향해 사자가 울부짖는 듯하다.. 울어라 사자여~


새로 공사중인 해안가도로 터널... 마치 게임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아 완공되면 참 멋지지 않을까 생각이든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머리위로는 갈매기들이 바람타며 놀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해를 등지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셋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막차시간에 맞춰 구암에 도착.
하늘은 더욱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막차시간이 좀 더 여유 있었다면 보다 화려한 노을을 볼 수 있었을텐데...
버려진 컨테이너 위의 갈매기가 우릴 마중이라도 하는듯 날지않고 그 자리에서 노을로 자신의 날개를 물들이고 있었다.
버스가 아니라 너의 날개를 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숙소로 돌아와 상처를 치료하고, 저녁엔 계획대로 약소불고기와 호박 막걸리를 먹었다. 맛이 너무 좋아 숙소로 가는길에 식육점(=정육점)에 들러 도축된지 3일된 울릉도산 소고기도 사고, 항으로 가 오징어회도 사 또 먹고 마시고 떠들며 새벽을 맞았다.
그런데.. 그날은 월드컵 최종 평가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왜 그리 동네가 조용한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울릉도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하지 않나보다..-_-;;


낮에 그렇게 많이 걸었는데도 연신 하품을 하면서도 새벽동이 틀때까지 잠들지 못했던것은 단순히 잠이 오지 않음이 아니라 울릉도에서의 마지막 밤이기에 아쉬움이 피곤함을 압도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 순간 소원은 "시간의 정지" 였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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