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이인(同名異人)

올 한해 뒤돌아 생각해 보니 몇가지 재미난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같은 이름에 두 명의 여성과 함께 일한 것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어찌보면 그리 대단치 않을 수 있는데, 누구(?)만큼이나 회사라는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터라 그녀들과 함께 한 시간이 그저 단순하게 치부할수만은 없는 듯 싶다.
한 명은 엄청난 내공의 페미니스트로 자기 주관이 굉장히 강한 여성이었고, 또 다른 한명은 포근한 인품과 주도면밀한 성격의 여성이었다.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지금은 내곁에 없다는 것이다. 한명은 다른 직장으로 다른 한명은 출산휴가로 잠시 자리를 비웠다.



거침없이 남친과의 잠자리부터 모든 일을 전폐하게 하는 생리통까지 이야기해 나를 매우 당황스럽게 했던 전자의 그녀. 부족한 나의 성지식을 채워주기도 했으며, 다량의 흡연, 넘치는 업무의욕과 팀원들과의 융화문제로 인해 조금은 힘들게 하고, 직설적인 충고가 때때로 거부감까지 들기도 했던 마치 빼빼마른 삐삐의 성장한 모습을 닮았던 그녀가 보고 싶다.
4월의 햇살속에 듣는 플룻같은 후자의 그녀는 아마 좋은 엄마가 될 것이고, 그녀의 아들은 좋은 엄마를 두어 행복할 것이다. 작업을 하다 수정하거나 추가하게 될때면 어김없이 얼굴에 미안함 가득 담아 '어떡해, 미안해서..'라고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소소한것이라도 들어주고 기뻐하며 안타까워했던 그녀는 담넘어 훕쳐보던 옆집 누나의 모습을 닮아서인지 더욱 생각난다.

이렇듯 한 명이 창이었다면 다른 한명은 방패라고 할 정도로 이름, 나이, 가족관계, 출신교등이 비슷했지만 판이하게 두 사람은 달랐다.


동명이인의 두 여성을 만난 2005년.
무료할 수 있었던 나의 사회생활에 그녀들은 기름이었고, 거름이었다. 어딘가에 있을 그녀들에게 ...
"담배 작작 피우고, 커피는 적당히. 잠 안온다고 수면제 마구 복용하지말기! 당신의 지독한 생리통은 선천적인것도 있지만 당신의 생활습관탓도 있다구!!! 담배, 커피, 수면제 줄여! 알았지!? 하나더 맘에 들지 않는다고 들이되는 성격도 좀 보완하길 바래~~"
"친구 삼으려고 아뒤 가르쳐 달라고 할때, 묘한 느낌이 들더군..^^; 이제 정말 몇일 남지 않았는데, 정말 정말 순산하길 바래요. 아기와 엄마 모두 건강하시길.. 내년 벚꽃이 필 무렵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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