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봉, 킬리만자로에 가다


붉은 색으로 채색되어 있지 않지만 내일은 휴일이다.
근로자의 날.. 그래서 일요일 늦은 시간까지 여유가 있었다.
신나는 팝에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스님 한분이 서 있었다.
좀 어올리지 않는 듯한 방송은 이내 나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술, 고기, (가벼운)욕설...
아프리카 오지에서 '동봉 스님'은 키보스님이라는 새로운 네이밍으로 규율법에 따르면 제법 타락한 모습으로 포교를 하고 계셨다.
그 옛날 스님이 식당에서 냉면을 시키니 점원이 고기는 뺄까요? 하자 '밑에 깔어'라고 했던 유머가 생각났다..

제작진의 '종교는 포교를 해야 하나? 라는 질문에 스님은 "안 하면 모르니까요. 종교가 때때로 사회의 악이기도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이 이나마 꾸리며 살수 있었던 것은 바로 종교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들에게 불교로의 개종보다는 그들이 알고 있는 종교중에서 불교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그것을 이들이 사는 사회에 양념으로 더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답하시었다.


흑단으로 불상을 조각하는 조각가의 솜씨를 미심쩍어 하는 모습이나
맥주 한잔에 소지품을 늘어뜨리고, 찾지 못해 힘들어 하는 모습이나
학교 건설 과정중에서 주민들의 임금을 빼돌린 책임자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나
공사중 다친 인부의 상처를 걱정해 주는 모습에서
내 머리속에 각인되어 있는 스님들과는 다른 인간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믿었던 사람과 임금문제의 갈등으로 해고하고, 아침안개 자욱한 자리에 앉아 계시던 동봉스님의 한숨에는 배신이라는 것외에 낯선 외지생활에서 오는 외로움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맥주를 이리저리 만지작 거리시며, 하신 말씀...
"거꾸로 살아가는것 같아요.. 이 맥주병에 붙어 있는 그림속 거꾸로 그려진 산처럼 말이죠.."

편안한 자리를 털고 오지 포교생활을 택하신 다른 의미가 궁금해 졌고, 나에게 지금보다 1할의 용기가 더 있다면 그 분이 계신 곳으로 떠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또한 동봉스님의 말씀처럼 나의 삶도 거꾸로 가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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