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占)



" 3월 첫번째 주말, 에피소드 하나 "

어제 토요일엔 ...
천호동 근방에 용한 점(占)쟁이가 있다하여 불편한 심기를 좀 풀어볼 요량으로 엄마랑 이모님이랑 다녀왔다.
(신이 내려서 돌아오는 미래의 일들을 잘 맞춘다 소문이 났다고 한다. 정계에 계신분들부터 시작해 승진, 자녀 진학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찾으신다고...그리고 1년에 한명씩 로또 당첨자를 찝어낸다고 하더구만...오호~)
어렵사리 주차를 시켜놓고 뒤늦게 홀로 들어서니..
순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쳐다본다.. '앗. 쪽팔려..(='_'=);;;'
남자가 글쎄.. 점쟁이 아주머니 남편분과 나 달랑 둘이더라... (ㅜ_ㅜ)
점(占)보고 나올땐 그 수가 제법 되었지만...남자들도 점(占)을 꽤보시는군^^;

그 곳은 순서를 기다리는 곳과 '점'을 보는 곳이 다르지않은 오픈형이어서
매우 당혹스러웠다. 왜냐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속속들이 얼굴 한번 보지 않은 사람들이 듣게 될테니말이다.

12시가 되자.
얼린 생 고구마를 씹어드시며 점쟁이 아주머니는 사람들의 치부(恥部)등을 들추며, 작지 않은 목소리로 그 좁은 공간을 채웠다.
'아저씨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한달에 한장씩 팬티 태워라'
'자식들 공부잘해 명문대 가고, 검사 판사 의사 변호사와 결혼해 골프치면서 살거고 해외나가 살거다'
'올해 해외여행 나갈 운이니 잘 다녀와라'
'관절, 자궁 조심해라'
'부동산등으로 부를 늘리는데, 주변사람들에게 돈거래는 하지말아라'
기타 등등..

듣다보니 몇가지 내용들이 겹친다.
이런식으로 맞추시는건가 싶어지면서.. 왠지 의구심 들기 시작...(-_-)+
(의심할 바엔 여기 왜 왔나 싶기도 하더군..쩝)

내 순서 바로 앞..
새벽기도 나가신다는 할머니셨는데, 나중에 점쟁이 아주머니가 짜증을 낼 정도로 붙들고 물어보시더라.
그리고 자리 일어나기 전 결정적 한마디..'아들 갖다주게 부적하나만 써줘..'
(이런 말 할 처진 아니지만) '할머니 내일 주일예배때 기도시 주님을 찾으실건가요?'

내 차례...
내 손을 잡으시더니 이윽고 빠른 말투로 앞으로의 일들을 이야기해 주시는데..
좋단다. 올해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말 잘 들으면 그 덕에 행복하게 산단다. 술 조금만 마시고, 현재 하고 있는 일 열심히 하면 나이들어서 TV에도 나온다나..^^;
관상 이야기 할땐 쑥스러웠슴 (끝나고, 뒤에 앉아 기다리던 사람들이 내 얼굴 뚫어져라 쳐다보더이다..*^^*)

그렇게 1시간 반정도 흘러 그곳을 나와 영파여고 뒤 칡냉면 먹으러 갔다.
점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다 나온 냉면위에 얹어진 계란 반개를 이모님이 엄마께 주신다.
'동상, 이거 먹게나..'
'성, 먹지 않고...'
... ...

이모님.. 점쟁이 말처럼 오래오래 사세요..


Tip.. 엄마랑 점보러 다니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더군다나 나만큼 내 걱정뿐이신 그 분에게 좋은 소식(?)을 누군가로 부터 들려주실 수 있었고, 오랜만에 오붓하게 엄마 좋아하시는 칡냉면도 함께 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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