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했던 월요일



월요일.. 회사를 가지 않다.
지난 월요일.. 연휴를 이은 휴가였다.
가방에 2권의 책과 몇가지 소지품을 챙겨 여느때처럼 출근하듯 -그러나 카드키, 명함등 내 소속을 알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끄집어 내고- 집을 나서서 402번 버스를 타고 남산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에선 최고 직업이 되어버린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들의 몸부림을 엿볼 수 있었다.
그렇게 오전을 넘길 무렵 한권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 호기심이 발동 도서관 주변을 둘러 보기 시작했다.
남산아래 서울.. 내 코딱지만도 못한 크기의 집들이 "억"이라니....참 세상..-_-; 남산 식물원, 용산도서관....
매점에 들러 1200원짜리 우동과 1000원짜리 김밥으로 허기를 채웠다.
순간, '끊인 라면 자판기'를 보았다. 태어나서 첨 봤다. 500원 동전 두개면 끊여진 라면이 사각 은박지에 담겨져 나왔다.. 참 세상.. ^^;


세명과의 전화 통화
식사를 마치고 벤치에 앉아 라일락향에 취해 있는데, 세명에게서 연이어 전화가 왔다.
오랜 친구, 스치듯 지나간 연인(?), 하고 싶은 걸 공유할수 있는 후배.
한명은 나만이 알고 있는 문제를 들추며 충고를 하고,
한명은 연민이었는지 건강과 생활을 살피고,
한명은 그저 부럽고 대단하단다..

너의 목소릴 들었던 그 곳에서
이곳에 들어서면서 얼굴도 모르는 너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서로 어디에 사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은 또 뭔지 모르지만 언제가는 만나 사랑을 할거란 확신을 갖는다.
긴장을 해서 실수도 많이 할테고,
설레이는 목소리로 네게 고백도 할거야...
그렇게 행복한 연인이 될거라고....
그거 아니..? 오늘 이렇게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가 헤어지진 않을거란거.. 왜냐면 지금 나 혼자 이렇게 걷고 있으니깐.. 함께 걷고 있진 않으니까 그런일은 없을거야..
우리 어서 만났으면 좋겠다.

이야기를 마치니 그 옛날 내 단골 전화부스 앞에 다다랐다.

다시금 서울시립미술관으로 발걸음 옮기고...
오랜만에 찾은 미술관은 정기 휴관일이어서 오픈하지 않았고, 주변의 조각품들을 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5000원으로 극장을 대여하다.
월요일 4시 40분 정동스타식스 3관 -국경의 남쪽-엔 단 한명의 관객이 있었다. 나만의 영화. 나만의 극장이 되어 버린 순간이다.
하지만 텅빈 영화관은 이내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뒤에서 핏빛없는 손이 뻗어 나오진 않을까 두려웠지만 영화에 몰입하면서 곧 두려움을 떨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차승원이란 배우와 안판석이라는 감독의 신뢰였다. 결론적으로 내 믿음에 난 만족한다. 낯선 북쪽 말투가 자칫 미모의 여배우에 혀짧은 소리마냥 귀에 걸리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로 커버하기에 충분하다.
트랜디 드라마의 달콤한 러브스토리와 정반대의 조미료없는 시골집 된장찌개같은 김선호의 사랑이야기가 맘에 든다.
안타까운건 전국관객 50만도 넘기지 못한 '도마뱀'의 뒤를 이어 '톰'아저씨의 희생양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애석할 따름이다.
(차승원이란 배우의 작품 선택을 인기나 연기면에서 앞서는 차인표, 조재현이 본받았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의 충성도 높은 관객이 한명 늘어났음을 알려주고 싶다.)

pm 6 파란 세상...
6시를 넘긴 시각.. 해가 조금씩 저무는 가운데 도시는 파랗게 물들어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바람을 일으키며 거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후배와의 조우로 서점에서 '슬픔이여 안녕'을 선물받고, 인사동에서 알탕에 식사를 하고, 조계사주변의 꼼장어 집에서 간단히 한잔을 하며 나의 행복한 월요일 휴가가 끝나가고 있었다.
리프레쉬 제대로 했다 생각한 나완 달리 핸폰 두개의 베터리와 MP3는 이미 오래전 방전된 상태였다..^^;
집으로 오는 길.. 한남대교 위를 달리는 버스안을 보니 뒷좌석에 마주 앉는 의자가 있다.. 첨 봤다..-_ㅜ

,